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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의 생각

국뽕을 대하는 자세

나는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인데, 요즘 유튜브를 보면 일부러 피하려고 해도 계속 마주치게 되는 콘텐츠 들이 있다. 각종 국뽕 컨텐츠 들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걸 꽤나 즐겨보는 편이다. 물론 그 영상의 대부분(소재가 손흥민인 경우를 제외한...)은 엄청나게 영양가 없는 영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각없이 취해서(주모!) 보기 좋은 영상들이다.

 

국뽕 콘텐츠는 몇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것도 유행이 좀 있는것 같다. 그런데, 이런 유행들이 약간 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각 국뽕 컨텐츠의 유행과 유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느끼는 문제점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간 글이고, 나는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 임을 감안해 주길 바라본다.

 

 

1. 외국인의 '대한민국 짱짱맨'

 

외국 미녀, 한국 최고. 조회수 보장 공식입니다. 메모하세요.

처음 유행한 국뽕은 외국인들에게 인정받는 한국과 한국의 물건, 행동 등 외국인 시각에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는 국뽕 콘텐츠다. 메이저 국뽕 유튜버(영국남자, 올리버쌤 등등) 들은 대부분 외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내가 처음 국뽕 영상을 보게 된 것도 이쪽 계통인것 같다.

 

한국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게스트로 데려와서 대화를 나누는 채널들도 대부분 이런 류의 콘텐츠인데, 이 쪽은 너무 많이 봐서 이젠 식상하다는 것, 그리고 모든 외국인이 한국이라면 다 좋아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은 좀 꺼려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외국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외국인한테 인정받아야 한다는 한국인 종특(딱히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종특.)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민망함이 느껴지는 정도가 문제랄까.

 

이 부류의 국뽕 컨텐츠는 특별히 논쟁거리도 없고, 민망한것만 빼면 가볍게 볼 수 있는 편이다. 유행은 좀 지났지만...

 

 

2. 월클자랑

 

마! 이것이 국뽕이다!!! 너네들은 손흥민 없지?

 

최근 들어서 대한민국이 문화적, 경제적 성장을 이뤄내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국뽕의 새로운 물결이다.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싸이, 김연아를 기점으로 이런 국뽕의 기조와 해당 기조를 따르는 콘텐츠들이 태동했다고 생각한다.

 

특징은 우리가 열심히 알려야하는 한국의 자랑이 아니라, 이미 널리 알려진 한국산 '세계 최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담긴 컨텐츠라는 점이다. 대개 명확하게 월클이라고 판단 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만들지만, 그 데이터의 정확성이라던가 또 다른 데이터를 적용했을 때 순위가 바뀌는 경우에는 댓글창에서 개싸움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반에는 싸이, 김연아 같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수치나 기록으로 증명 가능한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주관적인 주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들을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의견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데, 계속 그런 다툼에 노출되다보니 최근에는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

 

주로 아이돌, 스포츠선수를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고 아이돌로는 BTS와 블랙핑크, 운동선수로는 손흥민과 김연경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가 대부분 이 유형이다. 1번 유형하고 다른 것은 해외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이 사람이, 이 존재가 세계최고다! 라고 자랑하는 것 자체로 국뽕 니즈는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류의 콘텐츠는 거의 반드시 댓글에 난장판이 존재하기때문에 콘텐츠만 소비하고 빠지는 것을 추천한다.

 

소재가 있는 한, 아마도 가장 수명이 긴 국뽕 콘텐츠가 될 것이다.

BTS랑 손흥민이 은퇴하면 큰일나는데...

 

 

3. 타국혐오, 국수주의

심정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혐오발언과 과몰입으로 인해 자국역사 왜곡까지... 

최근 들어 엄청난 컨텐츠를 뽑아내고 있는 국뽕 유튜버들은  대부분 이 부류이다. 국뽕에 타국에 대한 혐오를 추가하거나 최근에는 반대로 혐오가 메인이고 거기에 국뽕을 얹는 식의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혐오의 대상은 주로 일본 위주였는데 요 몇년 사이에 중국이 추가되고, 올해들어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베트남과 대만이다. 

 

타국혐오 국뽕 컨텐츠가 왜 늘어나는지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온라인을 통해서 중, 일의 각종 온라인 도발을 비롯해서 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한복등 역사적 이슈에 대한 생떼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혐오도 생길지경이다. 거기다가 베트남과 대만의 경우는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나라들이 자꾸 한국을 걸고 넘어지면서 어처구니 없는 발언들을 국가단위로 쏟아내고 있다보니 그 울분이 콘텐츠로 표출되고,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공감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좋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은, 다들 인식을 못하는 것 같지만 해당 콘텐츠는 대부분 차별적, 모멸적 표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 국적차별이 만연하고 해당 국가에 대한 각종 모욕적 댓글이 넘쳐난다.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그 것이 허용되고 용납되어야 하는 것 인지에 대한 판단은 당연히 다르고, 나는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이런 방식으로 국뽕이 표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1. 상대가 저급하다고 같이 저급해 지면 점점 수준 낮은 개싸움으로 끌려들어간다.

"쟤네가 먼저 했는데?" 물론, 그들이 먼저 도발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순서대로 사건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혐오 컨텐츠를 본 타국 사람은 '한국사람들이 자국을 비난한다' 라고 여기고 한국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가진 사람을 하나 더 추가하는 꼴이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타국의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상대 하는 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쌍방폭행이라는 것이다.서로 죽어라 때리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해봐야 설득력 없다. 

 

2. 이런 류의 컨텐츠는 반대의견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중국혐오 컨텐츠에 가서, '중국이 잘못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혐오는 옳지 않다' 라고 댓글을 달아보자. 100개 정도의 댓글과 함께 순식간에 국적이 바뀌어 버린다. 조선족 취급에 천안문, 파룬궁, 홍콩독립... 심지어 중국어로 간첩 동지들의 응원도 받을 수 있다.

근데 이런거 어디서 많이 본적이 있는데... 뭔 말만하면 전라도, 홍어 소리 하던 그 사이트나 한남, 재기해 거리던 그 사이트가 이런식이다.

다들 애국심, 국뽕이라는 이름 아래 이념에 대한 '선동'을 당하고 있다. 어? 이거 태극기 애국보수 틀니딱딱... 

혐오 컨텐츠 반대의견에 '조선족은 인육이나 처먹으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면 본인이 일베, 메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되었다.

 

3. 결국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없게 된다.

1번에서 이야기 했듯이 정당방위의 선을 넘으면 쌍방과실이 되는데, 이게 심해지면 당사자들이 아닌 해외의 입장에서는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가 아니라 그냥 둘이 싸우는게 피곤해진다. '쟤들은 맨날싸워'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 여기저기와 치고받고 싸우다가 국제적 놀림거리가 된 나라를 우리는 이미 둘이나 알고 있다. 중국과 일본... 안 그래도 한국은 세계로부터 두 나라와 항상 비교를 받고 있는 입장인데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똑같아' 가 될 것이다. 

이런 류의 싸움에서 국제사회의 응원을 받기 위해서는 약자 포지션인것도 중요한데, 그동안 한국은 중 / 일에 비해 약자의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두 나라로 부터 괴롭힘을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어느 새 두 나라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잡으면서 약자로서의 메리트는 사라졌다. 

이제 우리가 싸우고 있으면 괴롭힘 당하는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 때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하물며 베트남, 대만을 혐오하는 컨텐츠는? 제3자들이 보기엔 한국이 약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국뽕 컨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국뽕 컨텐츠가 자꾸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 우려도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기가 점점 힘들어서 잘 안보게 된다. 예전에 주모나 찾으면서 유쾌하게 웃던 시절의 국뽕컨텐츠가 그립다.

 

특히 타국혐오와 국뽕이 섞이게 되면서 재미있자고 보는 유튜브 영상이 오히려 불쾌함만 안기는 상황을 종종 겪게 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중국, 일본등 다툼이 있는 나라들을 까 주는 컨텐츠도 분명 필요하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맞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그게 국뽕하고 엮이게 되면 팩트고 나발이고 개판이 되고, 한국인이 보기에도 낯부끄러운 내용이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 왔기에 국뽕은 국뽕대로, 까는 컨텐츠는 까는 컨텐츠 대로 팩트에 기반해서 각자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